아파트는 정말 '항상' 오르는가 — 7개국 30년 데이터로 본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
(2026년 9월 4일 작성)
집값에 관한 가장 흔한 믿음은 "결국 오른다"입니다. 그리고 가장 흔한 설명은 "다들 갖고 싶어 하니까", 즉 소유욕망입니다. 이 글은 그 믿음과 설명을 한국·일본·미국·대만·중국·독일·브라질, 7개국의 지난 30년 데이터로 검증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항상 오른다"는 틀렸습니다. 다만 명목가격의 착시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둘째, 소유욕망은 근본 원인이 아닙니다. 욕망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상수인데, 가격은 나라마다 전혀 다르게 움직인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엔진은 따로 있습니다.
시작 전에 한 가지. 아래 수치는 BIS(국제결제은행) 주택가격 통계, 미국 케이스-실러 지수, KB·한국부동산원, 대만 신의(Sinyi) 지수, 브라질 FipeZap, 일본 국토교통성 공시지가 등을 바탕으로 지수를 재구성한 근사치입니다. 30년 국제 비교는 통계 기준이 제각각이라 어떤 방법으로도 오차를 피할 수 없고, 이 글의 목적은 소수점이 아니라 '모양'을 보는 데 있습니다.
1. 우리가 아는 그림: 명목가격,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
우리가 계약서에 쓰는 가격, 대출을 일으켜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은 명목가격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아는 그림에서 시작하겠습니다. 7개국의 명목 주택가격 30년입니다. 한국 패널에는 전국(파랑)과 함께 서울(빨강), 비서울(회색 점선)을 따로 그렸습니다.

익숙한 그림입니다. 일본을 제외한 여섯 나라가 모두 올랐고, 미국은 4.3배, 대만은 3.8배, 브라질은 3배가 됐습니다. 한국 패널의 세 선이 특히 흥미로운데, 같은 나라 안에서 서울은 5배가 되는 동안 비서울은 2.2배에 그쳤습니다. "집값은 항상 오른다"는 믿음은 바로 이 명목 그래프를 보고 자란 믿음이고, 실제로 체감하는 가격이 이것이니 그 믿음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30년 동안 오른 것은 집값만이 아닙니다. 짜장면값도, 월급도, 통화량도 함께 올랐습니다. 문제는 이 상승분에서 어디까지가 집의 가치이고 어디부터가 돈의 희석인지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그 구분을 하는 순간, 우리가 아는 그림이 상당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2. 물가를 빼고 다시 보면: 실질가격의 성적표
같은 7개국에서 물가상승분을 걷어낸 '실질' 가격입니다. 기준선(100) 아래는 물가보다도 못 오른 구간입니다.

물가를 빼는 순간 "집값은 항상 오른다"는 명제가 얼마나 지역적인 경험인지 드러납니다. 나라별로 보겠습니다.
일본은 명목가격조차 1991년 고점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전국 주택지 공시지가는 고점 대비 여전히 절반 수준이고, 실질 기준으로 1995년보다 10% 이상 낮습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인들에게 집은 '사는 순간부터 값이 떨어지는 물건'이었습니다.
독일은 반대 방향의 반례입니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실질가격이 20% 가까이 '하락'한, 선진국에서 가장 지루한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다 유럽중앙은행의 제로금리가 시작된 2010년대에 단숨에 40% 넘게 올랐고, 2022년 금리 인상과 함께 다시 10%대 조정을 받았습니다. 독일은 "집값이 안 오르는 나라"였다가 "금리가 바꿔 놓은 나라"가 된 경우입니다.
중국은 이 글에서 가장 극적인 사례입니다. 2005~2021년 도시화와 신용 팽창을 타고 올랐던 70개 도시 주택가격은 2021년 3분기 고점 이후 실질 기준 약 25% 하락해, 통계가 시작된 2005년 수준보다도 낮아졌습니다. 20년 치 상승분이 실질 기준으로 증발한 것입니다. 인구 감소, 미분양 재고, 개발업체 부채가 겹친 결과이고,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브라질은 '인플레이션이 집값을 삼킨 나라'입니다. 2008~2014년 원자재 붐을 타고 명목가격이 배 이상 뛰었지만, 이후 연 5~10%의 물가상승이 이어지면서 실질가격은 2014년 고점 대비 30%가량 내려앉았습니다. 지금도 명목으로는 29분기 연속 상승 중이지만(2026년 1분기 전국 +5.6%), 물가를 빼면 +1.4%로 거의 제자리입니다.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화폐가치가 내려가는 모습을 가장 순수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미국은 두 번의 큰 사이클을 겪었습니다. 2000년대 서브프라임 버블과 붕괴(실질 -35%), 그리고 2012년 이후 초저금리·공급 부족이 이끈 재상승입니다. 30년 누적으로 실질 +90% 안팎,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 남짓입니다. "미국 집값 폭등"의 체감과 달리, 장기 실질 수익률은 의외로 완만합니다.
대만은 7개국 중 상승률 1위입니다. 타이베이는 2000년 이후 명목 +282%, 물가를 빼도 +180% 안팎 올랐습니다. 낮은 금리, 낮은 보유세, 반도체 호황, 좁은 국토가 겹친 결과인데, 그 대가로 타이베이의 소득 대비 집값 배율(PIR)은 2004년 6.4배에서 15.4배로 뛰어 런던(9.1배)·뉴욕(7.4배)을 압도하는 세계 최악 수준이 됐습니다. 다만 2025년 4분기에는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전국 -3.7%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대만조차 '항상' 오르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놀랍게도 전국 아파트의 30년 실질 상승률은 +28% 안팎, 연 1%가 채 안 되는 수준입니다. IMF 외환위기의 폭락(실질 -25%)과 2010년대 초 정체가 상승분을 상당 부분 상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래프의 한국 패널을 서울과 비서울로 쪼개 보면 완전히 다른 두 나라가 나타납니다. 서울 아파트는 실질 +140% 안팎으로 미국 전국(+90%)을 능가하는 자산이었던 반면, 비서울은 실질 +5% 안팎으로 30년간 사실상 물가를 따라간 것이 전부입니다. 한국의 30년은 "집값이 오른 역사"라기보다 "서울과 비서울이 갈라진 역사"입니다.
명목과 실질, 두 그래프를 한 장으로 겹쳐 보면 이렇게 됩니다.

명목으로는 여섯 나라가 올랐지만, 물가를 빼면 한국 전국 +28%, 브라질 +18%, 독일 +2%, 중국 -3%, 일본 -11%. 절반가량이 사실상 제자리이거나 마이너스입니다. 우리가 "집값이 올랐다"고 기억하는 것의 상당 부분은 집의 가치가 오른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내린 것입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를 짚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파트는 물가의 구성요소이자 물가의 영향을 받는 객체인데, 왜 물가지수보다 빨리 오르는 것처럼 보일까. 절반은 방금 본 착시(명목 vs 실질)이고, 나머지 절반은 통계의 구조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들어가는 것은 '주거 서비스의 가격'(월세, 그리고 나라에 따라 자가주거비 환산액)이지 '집이라는 자산의 가격'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 CPI는 자가주거비를 아예 포함하지 않아, 집값이 급등해도 물가지수에는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집값은 물가 바스켓 밖에 있는 자산가격이기 때문에, 물가와 같은 속도로 움직일 이유가 애초에 없는 것입니다.
3. 그래도 오르는 것들은 왜 오르는가: 다섯 개의 엔진
실질 기준으로도 분명히 오른 것들이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도쿄 맨션, 타이베이, 미국 대도시. 공통점은 '그 나라에서 일자리가 모이는 도시의, 토지가 희소한 주거'라는 점입니다. 30년 데이터에서 추려지는 엔진은 다섯 개입니다.
첫째, 화폐입니다. 지난 30년간 주요국의 통화량(M2)은 물가보다도, 소득보다도 빨리 늘었습니다. 늘어난 돈은 소비재 물가보다 자산가격에 먼저, 더 크게 반영됩니다. 실제로 각국의 통화량 증가와 명목 집값 상승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이 표에서 두 가지가 보입니다. 하나는 예상대로입니다. 통화량이 많이 풀린 나라일수록 명목 집값도 많이 올랐고, 화폐가 명목 상승의 토대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결국 돈이 풀려서 오르는 것 아니냐"는 직관은 절반 이상 맞습니다.
그런데 다른 하나는 예상과 다릅니다. 7개국 모두, 예외 없이, 집값이 통화량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돈이 12배 풀리는 동안 전국 아파트는 2.7배, 그 대단하다는 서울조차 5배에 그쳤습니다. 중국은 돈이 11배 풀렸는데 집값은 +30%였고, 일본은 2.5배가 풀려도 집값이 제자리였습니다. 만약 "화폐 증가 → 집값 상승"이 기계적인 인과라면 이런 편차는 있을 수 없습니다. 풀린 돈이 모두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주식·채권·예금·해외자산으로 흩어지고, 그중 부동산으로 얼마나 흘러드는지는 나라마다 다른 신용 규제·세제·인구·공급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화폐는 밀물입니다. 밀물이 없으면 어떤 배도 뜨지 않지만(일본), 밀물이 들어와도 구멍 난 배는 가라앉습니다(중국). 어느 배가 얼마나 뜨는지는 다음 네 개의 엔진이 정합니다. 브라질이 극단적 교과서이고, 한국의 전국 아파트도 사실 '밀물만큼도 못 뜬' 범주에 가깝습니다.
둘째, 토지입니다. 경제학에서 이 주제의 기념비적 연구인 크놀·슐라리크·슈테거의 「No Price Like Home」(1870~2012년 14개 선진국 분석)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2차대전 이후 선진국 실질 집값 상승분의 약 80%는 건물이 아니라 토지 가격 상승이었습니다. 건물은 시간이 갈수록 낡아 감가상각되는 소비재에 가깝습니다. 재생산이 불가능한 것은 '좋은 입지의 땅'뿐이고, 그래서 집값 상승의 본질은 지대(地代)의 자본화입니다. 서울 강남의 40년 된 재건축 아파트가 신축보다 비싼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 가격에서 건물값은 0이거나 마이너스이고, 전부 땅값입니다.
셋째, 금리입니다. 자산의 가격은 미래 현금흐름(주거 서비스)을 할인율로 나눈 값입니다. 1995년 이후 3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긴 금리 하락기였고, 할인율이 반으로 줄면 같은 집의 이론가격은 배가 됩니다. 독일이 결정적 증거입니다. 인구도 소유욕도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ECB 금리가 4%에서 0%로 내려간 2010년대에만 집값이 급등했고, 금리가 되돌아온 2022년 이후 되돌림을 받았습니다.
넷째, 신용입니다. 욕망은 구매력이 아닙니다. 욕망을 가격으로 바꿔주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지난 30년간 각국의 가계신용은 GDP보다 빠르게 늘었고, LTV·DSR 같은 규제의 조임과 풀림이 단기 사이클을 만들었습니다. 중국의 급등(신용 팽창)과 급락(3대 레드라인 이후 신용 붕괴), 그리고 앞선 글에서 본 한국 강북의 '대출 의존 상승'이 모두 이 엔진의 작동입니다.
다섯째, 도시 집중입니다. 국가 단위 통계가 밋밋해도 도시는 다릅니다. 고소득 일자리가 대도시에 몰릴수록 '그 도시의 토지'라는 희소재에 대한 수요가 전국 평균과 분리됩니다. 한국(전국 +28% vs 서울 +140%), 일본(전국 마이너스 vs 도쿄 사상 최고), 미국(내륙 vs 해안 대도시)에서 똑같이 관찰되는, 지난 30년의 가장 보편적인 패턴입니다.
4. 일본이 주는 두 가지 답
이 다섯 엔진을 한 장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1991년 버블 붕괴 후 일본 전국 지가는 35년째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답입니다. 소유욕망은 집값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1980년대 일본인의 부동산 소유욕은 세계 최강이었습니다("도쿄를 팔면 미국을 산다"). 그 욕망은 1991년 이후 30년 동안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신용이 무너지고 인구가 줄고 금리가 제로여도 대출이 늘지 않자 가격은 반토막에서 멈췄습니다.
그런데 같은 나라 안에서 도쿄권 신축 맨션은 2013년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해 2024년께 버블기 고점을 넘어섰고, 2026년 상반기에도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도쿄 기존 맨션은 2025년 12월 전년 대비 +15.9%). 전국은 여전히 바닥인데 도쿄만 신고가인 것. 이것이 두 번째 답입니다. 오르는 것은 '집'이 아니라 '도시의 땅'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도 도쿄로의 집중은 계속됐고, 엔저와 초저금리, 해외 자금이 그 위에 얹혔습니다.
5. 그래서, 소유욕망의 결과인가?
이제 처음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소유욕망은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이라기에는 설명력이 없습니다. 욕망은 도쿄에도 베를린에도 상파울루에도 늘 있었지만, 가격은 전혀 다르게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상수는 변수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독일은 자가보유율이 50%도 안 되는, 소유욕망이 제도적으로 가장 약한 나라인데도 2010년대에 집값이 급등했습니다. 반대로 소유욕망이 가장 강했던 일본은 30년을 하락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욕망의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욕망은 엔진이 아니라 증폭기입니다. 화폐·토지·금리·신용·도시집중이라는 다섯 엔진이 가격을 밀어 올리기 시작하면,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산다"는 공포(FOMO)와 "집은 결국 오른다"는 학습된 믿음이 상승의 후반부를 과열로 만들고, 반대로 하락기에는 '아무도 사지 않는' 급락을 만듭니다. 1980년대 일본, 2000년대 미국, 2010년대 중국, 2020~21년 한국의 마지막 국면이 모두 그랬습니다. 욕망은 사이클의 진폭을 키우지만, 사이클의 방향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파트 가격의 장기 상승이란, ① 화폐가치의 하락이 만든 명목 착시 위에, ② 일자리가 모이는 도시의 재생산 불가능한 토지에 지대가 쌓이는 현상이며, ③ 금리와 신용이 그 속도를 정하고, ④ 인간의 욕망이 그 진폭을 키우는 것입니다. 건물 자체는 감가상각되는 소비재이고, CPI가 집값을 다 담지 못하는 구조가 착시를 완성합니다.
6. 한국을 위한 각주
이 프레임을 한국에 적용하면 몇 가지가 선명해집니다. 서울 아파트의 실질 상승은 '한국 집값'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토지'의 문제이므로, 인구가 줄어도 서울 집중이 계속되는 한 서울 핵심지의 장기 우상향 압력은 남습니다. 반대로 화폐·신용 엔진이 꺼지는 국면(긴축기)에는 서울조차 얼마든지 몇 년씩 쉬어갈 수 있고, 도쿄가 보여주듯 도시 안에서도 토지 희소성이 낮은 외곽부터 정체가 옵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은 '공급 과잉 + 인구 감소 + 신용 수축'이 겹치면 어떤 소유욕망으로도 가격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이 조합에 이미 들어서 있다는 점은, 30년 뒤의 한국 주택시장이 '서울 대 비서울'로 더 갈라질 것임을 시사합니다. 다만, 최근 한국정부의 보유세 인상,대출제한 등 부동산시장 가격안정의지 등 공급없는 시장에서 수요를 제한하는 정책이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정책방향 또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의 국제 비교 수치는 기관별 통계를 재구성한 근사치이며, 정밀한 투자 판단의 근거가 아닌 구조 이해를 위한 자료입니다. 저는 재무 상담사가 아니며, 투자 결정은 본인의 상황과 전문가 상담을 거쳐 내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