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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가스 / 반도체

텐박스 2026. 8. 22. 12:42

반도체가 키운 헬륨 갈증 — 2026년 헬륨 가격 급등, 추세와 원인

풍선에 넣는 그 가스가 이제 반도체 공장의 목줄을 쥐고 있다. 올해 헬륨 현물가격이 단기간에 두 배로 뛴 이유를 공급·수요 양쪽에서 짚어본다.

1. 무슨 일이 벌어졌나

헬륨은 2024년 미국 USGS 기준 Grade-A 가격이 1,000ft³당 약 390달러(㎥당 14달러)로 이미 높은 수준이었고, 2025년에는 330달러 선으로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다 2026년 3월 2일,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세계 최대 헬륨 생산단지인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이 가동을 멈추고 카타르에너지가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면서 시장이 뒤집혔다. 현물가는 2주 만에 70~100% 급등했고, 6월까지도 재가동 일정이 나오지 않은 채 "분쟁 이전 대비 2배"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아시아 반도체 업체 일부는 평소의 50%만 배정받는 배급 상황을 겪고 있다.

2. 원인 ① 공급 — 너무 적은 곳에서 너무 많이 나온다

헬륨은 천연가스를 LNG로 액화할 때 부산물로 얻는다. 즉 LNG 플랜트가 멈추면 헬륨도 멈춘다. 세계 생산은 미국과 카타르 두 나라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3위 러시아는 2026년 4월 14일부터 수출 통제를 시행 중이라 대체 공급원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까지 겹쳐 "생산 차질 + 운송 차질"의 이중 충격이 됐다.

한국은 특히 취약하다. 2025년 헬륨 수입 2,116톤 가운데 1,375톤, 약 65%가 카타르산이었다. 대만도 GCC 국가 의존도가 69%에 달해, 일본·미국 팹보다 한국·대만 팹이 이번 충격을 더 직접적으로 맞고 있다.

3. 원인 ② 수요 — 반도체가 헬륨을 빨아들인다

공급 충격이 '방아쇠'라면, 반도체 수요는 가격을 높은 곳에 붙들어 두는 '구조'다. 헬륨은 웨이퍼 냉각, 플라즈마 식각·증착 공정의 캐리어 가스, EUV 노광 장비의 퍼지 가스, 누설 검사 등 공정 곳곳에 쓰이고 대체재가 사실상 없다. 첨단 팹 하나가 연간 약 50만 ft³를 소비하며, 2015년 세계 헬륨 소비의 6%에 불과했던 반도체 비중은 2025년 21~25%까지 늘었고 2030년엔 30%로 전망된다. AI 메모리·첨단 로직 증설로 2026년까지 신규 팹 42곳이 예정돼 있어, 반도체 헬륨 수요는 연 15~20%씩 커질 것으로 보인다.

4. 그런데 반도체 원가엔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

의외로 작다. EUV 로직 웨이퍼 한 장(약 1.8만 달러) 기준 헬륨 비용은 6달러 안팎, 원가의 0.04% 수준이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물량이다. 헬륨이 끊기면 라인 전체가 멈추기 때문에 업체들은 비싸도 일단 사들인다. 이 "가격 비탄력성"이 공급 차질 때 현물가가 폭발적으로 튀는 이유다.

5.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나

  • 재고 확충 —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약 6개월치 재고를 확보해 단기 충격을 버티고 있다.
  • 회수·재활용 — 삼성은 공정 배출 헬륨을 회수·정제하는 헬륨 재사용 시스템(HeRS)을 전 라인으로 확대 중이며, 배기 회수로 소비량의 약 18.6%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최신 회수 설비는 최대 90%까지 재포집이 가능하다.
  • 공급처 다변화 — SK하이닉스는 미국 등으로 조달선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캐나다·탄자니아·미국 독립 가스전 등 '비(非)LNG 헬륨' 프로젝트에 2025년 한 해 48억 달러가 유입됐다.
  • 수요 자체 줄이기 — 의료 쪽에서는 헬륨 7리터만 쓰는 필립스 BlueSeal MRI 같은 '헬륨 프리' 장비가 확산되며 반도체로 물량을 돌릴 여지를 만들고 있다.

6. 앞으로의 추세

단기적으로는 라스라판 재가동 시점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정전 후에도 재가동에 최소 5주가 걸리고, 피해 규모에 따라 완전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2026년 하반기 현물가는 고점 부근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계약 가격도 40~60% 인상이 점쳐진다.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수요가 매년 두 자릿수로 늘어나는 반면 신규 공급은 2027년 이후에나 본격화되므로, 카타르가 돌아오더라도 가격이 2025년 수준으로 완전히 되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헬륨은 이제 '싸고 흔한 가스'가 아니라 네온·희토류처럼 관리해야 할 전략 소재가 됐다.

참고 자료: 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2026 (Helium) ·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생산 필수' 헬륨 가격 폭등" (2026.3.16) · 온라인가스저널 "헬륨 공급 쇼크, 반도체 공급망을 덮치다" (2026.5.26) · Smith, Helium Shortage Update (2026.4.9) · Rare Earth Exchanges, The Helium Crisis & the Ras Laffan Shock · IUMI, Qatari helium shortages (2026.6) · AGBI, Qatari LNG shutdown puts helium supply at risk · GeekNews, 카타르 헬륨 생산 중단